시장경제 원칙과 정치 공약의 위험한 만남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인 시장경제는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내포한다.
수많은 개인과 기업의 자율적인 선택, 끊임없는 기술 혁신, 예측 불가능한 외부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며 가격을 형성하고 자원을 배분한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부(富) 창출 시스템임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정치 영역에서는 종종 이러한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달콤한 숫자를 앞세운 공약이 등장한다.
특정 주가지수 목표 달성을 약속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수는 있겠으나, 시장경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정치적 의지로 시장의 복잡계를 통제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시장 왜곡과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코스피 5000 약속의 허구성: 숫자에 담긴 '치명적 자만'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시한 '코스피 5000' 공약은 이러한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2000 중반대에 머무는 코스피 지수를 임기 내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연평균 14.5%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의미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주가지수는 국내외 경제 상황, 산업 구조 변화, 기술 발전, 투자 심리, 환율, 금리 등 무수히 많은 변수의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국내 정책이나 세금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제한된 수단으로 특정 주가지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마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통제하겠다는 주장과 같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지적했듯이, 이는 인간 이성의 능력을 과신하여 사회를 인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 '치명적 자만(Fatal Conceit)' 에 해당한다.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이란?
정부나 계획자가 사회 전체의 작동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갖출 수 없으며, 따라서 사회를 의도대로 설계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실패하고 자유를 억압하게 된다는 핵심 사상이다.
설령 정부가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여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다 해도, 이는 시장의 건강한 성장이 아니다.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을 동원하거나 인위적인 유동성 공급에 기댄 주가 부양은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마비시킨다.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낳고, 결국 거품 붕괴라는 더 큰 재앙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다.
대한민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즉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없이는 지속 가능한 주가 상승은 불가능하다.
정부 주도 성장의 함정: 계획경제는 왜 반드시 실패하는가
이재명 대표의 공약이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코스피 5000 달성 방법론에 있다.
그는 정부가 경제 산업의 미래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집중할 산업과 규모, 방식을 결정하여 민간 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한다.
'민간에 맡겨두면 안 되니 정부가 결정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주가가 오른다'는 전형적인 계획경제적 사고방식이다.
겉으로는 '성장'과 '시장'을 언급하지만, 그 속내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와 개입을 통해 경제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구분 | 시장경제 (Market Economy) | 계획경제 (Planned Economy) |
---|---|---|
의사결정 주체 | 개인, 기업 (분산적) | 정부, 중앙 계획 기관 (중앙집권적) |
자원 배분 방식 | 가격 메커니즘, 경쟁 | 정부 계획, 명령 |
핵심 동력 | 개인의 이윤 추구, 혁신 | 국가 목표 달성 |
결과 (역사적) | 효율성, 혁신, 번영 (단, 불평등 심화 가능성) | 비효율, 침체, 빈곤, 자유 억압 |
역사적으로 모든 계획경제는 예외 없이 실패했다.
정부가 시장의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필연적으로 자원 배분의 왜곡과 비효율을 낳는다.
구소련의 붕괴, 동구권 국가들의 몰락,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북한과 베네수엘라의 경제 파탄은 정부 주도 경제의 처참한 결과를 웅변한다.
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제시된 상법 개정(이사 충실의무 강화 등),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등의 방안 역시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반(反)기업 정서를 기반으로 한 규제 강화일 뿐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영 비효율을 초래하며, 결국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갉아먹게 된다.
배당 법제화나 자사주 소각 의무화 같은 강제 조항 역시 기업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뿐이다.
정부의 과도한 기업 경영 개입은 단기적 효과에 눈이 멀어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의 자율성과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이다.
해외 투자 유치 역시 마찬가지다.
각종 규제를 풀고 시장 개방도를 높여 국제 기준에 맞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인데,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시장 자율성을 억압하는 정책 방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주가조작 엄단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것이 주가 상승의 직접적인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본질을 외면한 채 현상에만 집착하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진정한 국가 번영의 길: 시장 자율성과 예측 가능한 정책
우파와 좌파를 가르는 핵심 기준은 정당이나 지역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신뢰 여부에 있다.
시장의 자율적인 선택과 경쟁을 통해 효율성과 혁신이 창출된다고 믿는 것이 우파적 경제관의 핵심이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예측 가능한 법과 제도를 통해 경제 주체들의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데 있다.
정부가 직접 선수가 되어 특정 산업을 육성하거나 주가지수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월권이자 실패가 예정된 길이다.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의 부 증대는 정부의 계획과 통제가 아닌, 자유로운 시장 활동과 기업가 정신을 통해 이루어진다.
정부는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친(親)시장적 정책을 통해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진정한 의미의 주가 상승을 이끄는 길이다.
국민 역시 '치명적 자만'에 빠진 정치적 구호에 현혹되지 말고,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A)
A
정부는 불공정 거래 방지, 투자자 보호 등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역할은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특정 주가지수 목표 달성을 위한 인위적 개입이나 가격 통제는 시장 왜곡을 낳으므로 지양해야 합니다.
A
자유로운 시장 활동과 혁신을 통한 기업 가치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달성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정치적 의지로 특정 기간 내 달성을 '약속'하고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위험하다는 의미입니다.
A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혁신을 장려하는 친시장적 환경 조성이 핵심입니다.
예측 가능한 정책, 규제 완화, 공정한 법 집행, 그리고 기업가 정신 고취가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과 주가 상승의 토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