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 스푼, 오늘 한 잔
"니체의 문장으로 번아웃을 이겨내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로 인간관계를 돌아봅니다. 당신의 복잡한 오늘을 위한 가장 쉬운 인문학 처방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문학으로 보는 한국 사회: 문제점과 해결책

서울 도심에서 무관심 속에 방치된 노인을 중심으로 한 사실적인 이미지. 현대 한국 사회의 고립과 성과주의 문제를 강조

1. 한국 사회, 어디서부터 어긋났나?

지난 여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우연히 마주친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퇴근길 지하철역 근처, 비에 젖은 채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노인을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
그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문득 떠오른 질문 하나: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서로를 보지 않게 된 걸까?"

한국 사회가 오늘날의 모습이 되기까지,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고민해본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지니계수(소득 불평등 지표)는 0.324로,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자랑스러워하던 '한강의 기적'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놓친 무언가가 있다는 신호다.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저서 투명사회에서 현대 사회가 '성과주의'에 매몰되며 인간관계와 여유를 잃었다고 지적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압축 성장, 끝없는 경쟁의 DNA가 우리 안에 깊이 뿌리박힌 건 아닐까?

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공을 차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밥을 차려주면 다 같이 둘러앉아 먹었고, 누가 잘났는지 따질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조차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이를 '공동체의 붕괴'라고 불렀다.
한국 사회는 경제적 성공을 향한 질주 속에서 공동체의 따뜻함을, 그리고 서로를 돌아볼 여유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2025년 3월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5%를 넘어섰다.
이는 우리가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게 갑자기 생긴 문제는 아니다.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무엇보다 '빨리빨리'라는 문화가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우리가 이 속도에 너무 익숙해져서 멈추는 법을 잊었다는 데 있다.
철학자 플라톤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지혜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도 잠시 멈춰 서서,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긋났나?"라는 질문을 던져볼 때가 아닐까.


2. 경쟁과 불평등: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며칠 전, 한 친구가 퇴근 후 맥주 한 잔 하자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런데 통화 내내 한숨만 푹푹 내쉬더니 결국 이런 말을 꺼냈다.
"나 이번에 승진했는데, 왜 이렇게 기쁘지가 않은지 모르겠어."
친구의 목소리에서 허탈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청년층(20~34세) 중 62%가 "경쟁이 너무 치열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취업, 승진, 내 집 마련… 모든 게 경쟁의 연속이다.
심지어 최근엔 '스펙' 대신 '가문'과 '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 걸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관계'다.
사회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경쟁 사회는 사람을 도구로 보게 만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장 내에서 동료는 동지가 아니라 넘어야 할 산이 되고, 친구와의 대화마저도 은연중에 비교로 얼룩진다.
얼마 전 SNS에서 화제가 된 게시물을 봤다.
"옆자리 동료가 나보다 먼저 승진했는데, 축하해줘야 할지 질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글이었다.
이런 마음, 한 번쯤 느껴봤을 거다.

두 번째로 잃은 건 '시간'이다.
한국인의 평균 노동 시간은 연 1,967시간으로, 회원국 평균(1,726시간)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 이 긴 시간 동안 우리는 과연 행복해졌을까?
퇴근 후 집에 돌아와 TV 앞에 늘어져 있을 때, 문득 "내가 뭘 위해 이렇게 뛰었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니체는 "현대인은 시간을 잃어버린 노예"라고 했다.
우리는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시간을 잃고, 그 시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 메모

2025년 들어 '워라밸'을 넘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는 경쟁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고자 하는 열망의 표현일지도.

불평등은 이 모든 걸 더 악화시킨다.
상위 10%의 소득은 하위 10%의 47배에 달한다.
이 격차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와 희망의 격차로 이어진다.
"어차피 노력해도 안 돼"라는 체념이 퍼지면, 사회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는다.


3. 인문학이 던지는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

대학 시절, 철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던진 질문이 아직도 기억난다.
"여러분은 왜 사는 겁니까?"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나는 그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해 며칠을 고민했다.
지금 한국 사회를 보면, 그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숨 가쁘게 달리고 있는 걸까?

인문학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한다.
소크라테스는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 마지막으로 내 삶을 돌아봤을까?
30대 한국인의 48%가 "삶의 의미를 잃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경쟁과 불평등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보다 '얼마나 많이'에 집착하게 된 건 아닐까.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연연하지 말라".
현대 한국 사회에 적용해보면,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만 매달리기보단, 내가 바꿀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직장에서 끝없는 경쟁에 치여 하루를 보내기보다, 퇴근 후 30분이라도 책을 읽거나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한편, 하버마스는 '소통적 행위 이론'을 통해 "진정한 인간관계는 상호 이해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를 되찾으려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내 지인이 한 말이 생각난다.
"퇴근길에 동료와 커피 한 잔 하며 진짜 대화를 나눴는데, 오랜만에 사람 사는 느낌이 들더라"는 말이었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증거 아닐까.

⚠️ 주의

인문학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현실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진 않지만, 질문을 통해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결국 인문학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그 답은 각자가 찾아가야 하지만, 적어도 그 질문을 피하지 않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느림과 연결을 통한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희망찬 일러스트. 공원 독서, 이웃과의 만남 등 포함

4. 새로운 길을 위한 제안: 개인과 사회의 균형 찾기

며칠 전, 늦은 밤 책상 앞에서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다시 펼쳤다.
끝없이 바위를 굴리는 시지프의 모습이 오늘날의 우리와 닮아 보였다.
하지만 카뮈는 말한다.
"시지프를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 끝없는 경쟁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첫 번째 제안은 '멈춤'이다.
2025년 들어 '슬로우 라이프'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워케이션'이나 '숲속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이 전년 대비 28% 늘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그게 바로 첫걸음이다.
주말에 스마트폰을 꺼놓고 동네 공원에서 책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
작은 변화지만, 삶의 속도를 늦추고 나를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연결'이다.
공동체를 되살리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이웃과 밥 한 끼' 프로젝트가 화제였다.
이름 모를 이웃과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인데, 참여자들은 "오랜만에 외롭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당신도 동네 카페에서 소모임을 열거나, 직장 동료와 점심 약속을 잡아보는 걸 추천한다.
작은 연결이 사회를 바꾸는 씨앗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변화도 필요하다.
정책 결정자들에게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시스템을 고민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물론, 이런 변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결국 개인과 사회의 균형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철학자 헤겔은 "역사는 자유를 향한 진보"라고 했다.
그 자유는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에서 온다.
당신은 오늘, 어떤 작은 변화를 시작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