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 스푼, 오늘 한 잔
"니체의 문장으로 번아웃을 이겨내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로 인간관계를 돌아봅니다. 당신의 복잡한 오늘을 위한 가장 쉬운 인문학 처방전."

장자의 유머와 초탈에서 배우는 인생의 여유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쳤다면 장자의 유쾌한 지혜에 귀 기울여보자. 쓸모없음의 쓸모(무용지용), 관점 전환의 마술(제물론), 변화를 타는 유연함(호접지몽) 등 장자 특유의 유머와 초탈에서 배우는 인생의 여유 찾기.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철학적 처방전.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 끝없는 경쟁, '더 나은 나'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현대인의 삶은 종종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벗어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고, '여유'라는 단어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여기, 이런 우리에게 껄껄 웃으며 말을 건네는 철학자가 있다.
바로 장자(莊子)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인생의 진리를 논하기보다, 유쾌한 이야기와 역설, 때로는 엉뚱해 보이는 상상력으로 세속의 가치와 규범을 뒤집어 버린다.

장자의 철학은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 갑갑한 세상에서 자유롭게 노닐 것인가(逍遙遊)'에 가깝다.

그의 유머와 세상을 초탈한 시선 속에서, 꽉 막힌 우리네 삶에 숨통을 틔워줄 '여유'의 지혜를 찾아보자.


마을 어귀에 서 있는 거대하고 울퉁불퉁하게 자란 고목, 아무도 베어가지 않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

세상이 정한 '쓸모'로부터의 자유 (무용지용 無用之用)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 그대로 '쓸모없음의 쓸모'를 뜻한다.

세상 사람들이 정한 기준으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그 '쓸모없음' 때문에 화를 피하고 제 명을 다 누리거나, 예상치 못한 큰 쓰임새를 갖게 된다는 역설적인 지혜다.

장자는 곧고 잘생긴 나무는 일찍 베이지만, 울퉁불퉁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나무는 오래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이야기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쓸모 있어야 한다'는 강박과 여유의 관계

우리는 끊임없이 사회가 요구하는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쓴다.
더 나은 성과,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소유.

하지만 이러한 '유용성'의 추구는 종종 우리를 끝없는 경쟁과 불안으로 내몰고, 진정한 삶의 여유를 앗아간다.

장자는 바로 이 '쓸모'라는 잣대 자체를 의심하라고 말한다.
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춰 자신을 재단하고 괴로워하는 대신,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누리라는 것이다.

여유 찾기 1: '쓸모없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남들이 보기에 '비생산적'인 시간, '쓸모없는' 취미, '뒤처지는' 듯한 삶의 방식을 스스로 긍정하는 연습이다.

모든 시간을 효율과 성과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때로는 아무 목적 없이 빈둥거리고, 당장의 이익과 상관없는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허용하는 것이다.

장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쓸모없는' 시간과 행위들이야말로 우리를 세상의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게 하고, 예측 불가능한 창의성과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큰 쓸모(大用)'가 될 수 있다.

발 디딜 땅이 쓸모 있으려면 그 주변의 '쓸모없는' 빈 땅이 필요하듯, 우리의 삶에도 의미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쓸모없는' 여백과 여유가 필수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원으로도 사각형으로도 보이는 기하학적 도형 착시 이미지, 관점의 상대성을 표현.

'옳고 그름'이라는 감옥 탈출하기 (제물론 齊物論)

제물론(齊物論)이란?

'만물을 가지런히 본다'는 뜻으로, 세상의 모든 차별과 분별(크고 작음, 옳고 그름, 삶과 죽음, 너와 나 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상대적인 것임을 설파하는 장자 철학의 핵심이다.

도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은 하나이며 평등하다(萬物齊同)는 사상이다.

'옳고 그름'의 집착과 여유의 관계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를 판단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시비(是非) 분별은 때로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편협한 자기 생각에 가두고 끊임없는 논쟁과 갈등, 스트레스로 이끈다.

장자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방식 자체가 고통의 근원이라고 본다.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란 없으며, 모든 것은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시비 분별의 감옥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다.

여유 찾기 2: '그럴 수도 있지' 관점 장착하기

나의 의견이나 가치관이 유일한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즉각적으로 비판하거나 반박하기보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할까?', '저 관점에서는 저것이 옳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연습이다.

장자가 '조삼모사(朝三暮四)' 우화를 통해 보여주었듯, 본질은 같아도 관점에 따라 좋고 나쁨이 달라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모든 것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습관에서 벗어나 '그럴 수도 있지'라는 유연한 태도를 가질 때,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갈등에서 자유로워지고 세상을 더 넓고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화창한 봄날 꽃밭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호랑나비의 모습, 자유로운 변화와 변형을 상징.

나비처럼 훨훨, 변화를 즐기기 (호접지몽 胡蝶之夢 & 물화 物化)

호접지몽(胡蝶之夢)과 물화(物化)란?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다 깨어나,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가?'라고 자문했다는 유명한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이는 현실과 꿈, 자아와 타자, 사물과 사물 사이의 경계가 절대적이지 않고 서로 넘나들며 변화(物化)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정된 실체란 없으며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흘러간다는 세계관을 함축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여유의 관계

우리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이대로'를 유지하려는 집착,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고정된 자아상에 갇혀 변화의 가능성을 외면한다.

장자는 이러한 집착이야말로 우리를 부자연스럽게 만들고 여유를 잃게 한다고 본다.

삶이란 본래 끊임없는 변화(물화)의 과정이며, 이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즐길 때 진정한 자유와 여유를 얻을 수 있다.

여유 찾기 3: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유연하게 흐르기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나 실패에 직면했을 때, 좌절하거나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변화가 나를 어디로 이끌까?' 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라는 생각에 갇히기보다, 새로운 역할이나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보는 것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고,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또 다를 수 있다.

마치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듯, 우리 역시 고정된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저항하는 대신,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유연하게 춤추듯 살아갈 때, 우리는 삶의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여유를 발견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쓸모없음'을 받아들이면 너무 나태해지거나 무책임해지지 않을까요?

A 장자가 말하는 '쓸모없음'은 사회적 기준에서의 유용성을 의미합니다.
세상의 잣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본성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오히려 더 큰 가치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지, 모든 노력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Q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다면 세상이 너무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요?

A 장자의 제물론은 모든 기준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만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라는 가르침에 가깝습니다.
다양한 관점의 상대성을 이해하고 존중할 때, 오히려 독단과 갈등이 줄고 더 조화로운 관계와 사회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Q 현실과 꿈을 구분 못 하면 어떻게 살아가나요? (호접지몽)

A 호접지몽은 현실 도피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과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한지를 깨닫게 하는 비유입니다.
고정된 실체에 집착하기보다 삶의 변화와 불확실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를 갖게 합니다.

장자의 철학은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질문을 던진다.
'정말 그것이 쓸모 있는 것인가?',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 '지금의 나는 과연 누구인가?'

이러한 질문들 앞에서 잠시 멈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빡빡한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내고 숨 쉴 틈을 만들 수 있다.

세상살이의 무게에 짓눌려 여유를 잃었다면, 장자처럼 한번 껄껄 웃으며 세상을 비틀어보자.

어쩌면 진정한 자유와 여유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세상의 기준 너머에서 훨훨 노니는 장자적 삶의 태도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