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럴듯하게 들리셨나요? '기적의 경제학'의 함정 파헤치기
최근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과거에 주장했던 소위 '기적의 경제학'이라는 것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습니다.
돈이 한 바퀴 돌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과연 이것이 현실 경제에서도 통하는 이야기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안타깝게도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제가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과거 언급했던 '기적의 경제학'의 한 예시로, 어떤 사람이 호텔에 10만 원을 예약금으로 걸고, 그 돈이 호텔 주인, 정육점 주인, 농부에게 차례로 돌아 결국 처음 예약금을 냈던 사람에게 돌아와 빚이 청산되고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럴듯하게 들리시나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전혀 창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돈이 단순히 한 바퀴 돌았을 뿐, 실제 생산이나 서비스가 제공된 것은 아니죠.
더군다나 처음 예약금은 '취소될 예약'의 돈이었습니다.
실제 경제는 이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지고 거래되어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지, 돈만 돌린다고 해서 없던 돈이 생겨나거나 경제가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처럼 돈이 특정 그룹 내에서 돌고 도는 것만으로는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주장은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곤 하는데, 여기에도 우리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정부가 돈 쓰면 정말 몇 배로 경제가 좋아질까요? '승수 효과'의 불편한 진실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그 돈이 여러 경제 주체에게 흘러가면서 처음 지출한 금액보다 몇 배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낸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바로 '승수 효과(Multiplier Effect)'라는 건데요.
가령 정부가 100억 원을 도로 건설에 투자하면, 건설 노동자 임금으로 지급되고, 노동자들은 그 돈으로 소비를 하고, 그 소비가 또 다른 소득을 만들어내는 식으로 경제 전체에 파급 효과가 나타난다는 주장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 승수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현실에서 승수 효과가 이론처럼 크게 나타나지 않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정부 지출의 재원 마련 방식입니다.
정부가 돈을 쓰려면 세금을 더 걷거나 빚(국채 발행)을 내야 합니다.
세금을 더 걷으면 민간의 소비나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국채를 발행하면 시중 자금이 정부로 흘러가 금리가 오르고 민간 투자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국 정부 지출 증가가 다른 부문의 감소를 상쇄해버리는 것이죠.
둘째,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의 발생 가능성입니다.
이는 아래 세 번째 섹션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셋째, 돈이 국내에서만 도는 것이 아니라 수입품 구매 등으로 해외로 유출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해버릴 수도 있고요.
결국, 정부 지출의 승수 효과는 1보다 작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즉, 100억을 썼는데 경제 전체 효과는 100억이 채 안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정부 지출이 무조건 경제를 몇 배로 성장시킨다는 기대는 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오히려 비효율적인 곳에 돈이 쓰이거나,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그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정부 지출 증가가 초래하는 '구축 효과'와 미래 부담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정부 지출 증가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쉽게 말해,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돈을 많이 쓰면, 한정된 자원(돈, 인력 등)을 정부가 먼저 가져가게 되어 민간 부문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들거나 비용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부가 대규모 건설 사업을 벌이면서 자금을 대거 빌리면, 시중 금리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업들은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투자를 줄이게 되고, 개인들도 대출받기 어려워져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정부의 지출 확대가 의도와는 다르게 민간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입니다.
흔히 정부 지출을 경제 회복의 '마중물'에 비유하곤 합니다.
펌프에서 물이 나오지 않을 때 위에서 붓는 약간의 물처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죠.
하지만 이 비유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마중물은 원래 있던 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정부 지출의 재원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민의 세금이나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으로 충당되는 것이죠.
만약 정부 지출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단기적 경기 부양에만 치중하다 보면, 국가 부채만 늘리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훼손하는 '빚잔치'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며,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다만, '돈만 풀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경계해야 하며, 정부 지출의 효과와 한계, 그리고 그로 인한 미래 부담까지 신중하게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A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는 경제 안정화, 취약 계층 지원, 성장 잠재력 확충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다만, 재정 지출의 효과성과 효율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신중히 따져보고, 단기적 효과에만 매몰되지 않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A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은 쉽고 빠른 해결책을 기대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기적의 경제학'과 같은 주장은 복잡한 경제 문제를 단순화시켜 즉각적인 희망을 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경제적 논리의 허점과 현실적 부작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경제 현상을 바라볼 때는 한쪽 면만 보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고, 단기적인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영향까지 살펴보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경제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