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MBTI라는 네 글자짜리 상자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나요? 이 글은 단순한 MBTI 비판이 아닙니다. MBTI를 건강한 자기이해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 진짜 ‘나’의 다채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는 5단계의 구체적인 심리 워크숍입니다.
목차
1단계: 인정하기 - ‘나는 라벨 뒤에 숨어 있었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솔직한 인정입니다.
당신이 MBTI 결과에 숨어 진짜 ‘나’를 되찾고 싶다면, 먼저 네 개의 알파벳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한때 MBTI에 ‘과몰입’했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INTP라는 결과가 나오면 세상의 모든 지적 호기심을 가진 괴짜가 된 것 같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이유를 ‘원래 나는 I라서’라며 합리화했죠.
편했습니다. 복잡한 나를 설명할 간편한 라벨이 있다는 건.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 라벨이 나를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되고 있다는 것을요.
‘나는 원래 P라서 계획을 못 세워.’
‘E인 저 사람은 너무 피곤해.’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위험한 자기기만이이자 편견인지, 우리는 먼저 인정해야만 합니다. 라벨은 나를 이해하는 첫걸음일 뿐, 나의 모든 것을 증명하는 신분증이 아닙니다.
📝 1단계 워크숍: 나의 ‘숨바꼭질’ 돌아보기
조용한 공간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나는 MBTI를 방패 삼아 회피했던 것이 있나?", "특정 유형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쉽게 판단한 적은 없나?" 답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그저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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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거리두기 - ‘나’와 ‘MBTI 유형’ 분리하기
두 번째 단계는 ‘나’와 ‘나의 MBTI 유형’ 사이에 의식적인 거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마치 ‘나’라는 사람과 ‘ENTJ’라는 캐릭터를 분리해서 관찰하는 연극배우처럼요.
우리는 종종 ‘나는 ENTJ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나는 ENTJ 유형의 특징을 일부 가지고 있다’입니다.
이 미세한 언어의 차이가 생각의 감옥에서 우리를 해방시킵니다.
저는 이 방법을 ‘관찰자 시점 훈련’이라고 부릅니다. 제 경우, ‘INTP인 나는 원래 생각이 많아’라고 생각하는 대신, ‘아, 지금 내 안의 INTP적인 면이 발현해서 생각이 꼬리를 무는구나. 하지만 생각에 빠지는 것과 별개로, 지금 나는 산책을 나갈 수도, 친구에게 전화를 걸 수도 있는 존재지’ 라고 생각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유형은 나의 행동 패턴 중 하나일 뿐, 나의 모든 가능성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주체는 언제나 유형보다 더 크고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3단계: 관찰하기 - ‘나는 가끔 F처럼 생각하는 T’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경계를 허물 차례입니다.
MBTI는 네 가지 선호 경향을 보여주지만, 인간은 결코 E 아니면 I, S 아니면 N으로 딱 잘라 나뉘지 않습니다.
저는 T(사고형) 성향이 강하지만, 슬픈 영화를 보면 누구보다 서럽게 울고, 친구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 저는 T가 아닌 걸까요?
아닙니다. 저는 ‘가끔 F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T’일 뿐입니다.
바로 이 ‘가끔’, ‘종종’, ‘~할 때도 있는’ 이라는 유연한 수식어들이 진짜 나를 발견하게 하는 열쇠입니다.
이번 단계의 핵심은 나의 ‘반대 경향성’을 미워하거나 부정하는 대신,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것입니다. "어라? 나 F처럼 행동했네?", "J인 내가 이렇게 즉흥적으로 행동하다니, 신기한데?" 이런 순간들을 '오류'가 아닌 '나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 수집해보세요.
💡 3단계 워크숍: ‘반대쪽 나’ 관찰 일기
일주일 동안, 자신의 MBTI 유형과 반대되는 행동이나 생각을 했던 순간을 짧게 기록해보세요. 예를 들어, P라면 계획적으로 하루를 보낸 날, T라면 감성적인 판단을 내린 순간을요. 비난 없이, 그저 관찰자로서 담담하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단계: 확장하기 - 흑백논리를 넘어 스펙트럼으로
네 번째 단계는 나의 성격을 흑백논리가 아닌,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외향(E)’과 ‘내향(I)’이라는 두 개의 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사이에는 수많은 회색 지대가 존재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어색한 파티에서는 극도의 내향(I)성을 보이다가도, 정말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는 누구보다 외향(E)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기도 합니다.
어떤 것이 진짜 나일까요? 답은 ‘둘 다’ 입니다.
나의 성격은 고정된 점이 아니라, 상황과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파도와 같습니다. 판단(J) 성향의 사람도 때로는 즉흥적인 여행을 떠나고 싶고, 인식(P) 성향의 사람도 중요한 프로젝트 앞에서는 철저한 계획을 세웁니다.
이 스펙트럼의 개념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납니다. E라서 항상 활발해야 할 필요도, T라서 늘 이성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상황에 맞는 가장 편안한 지점에서 존재하면 되는 것입니다.
5단계: 기록하기 - 진짜 ‘나’ 사용 설명서 만들기
마지막 단계는 지금까지의 발견을 바탕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드는 것입니다.
MBTI가 대중적인 규격품 설명서라면, 이건 오직 나만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입니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노트 앱도 좋고, 다이어리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주어로, 나의 특징을 구체적인 상황과 함께 서술하는 것입니다.
이 설명서는 당신을 더 잘 이해하게 돕고, 타인에게 당신을 더 건강하게 소개하는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네 개의 알파벳 뒤에 숨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입체적이며, 아름다운 존재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A)
결코 아닙니다. 이 글의 목적은 MBTI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과몰입'에서 벗어나 더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MBTI는 복잡한 나를 이해하는 훌륭한 '시작점'이자, 나의 여러 모습 중 한 단면을 비춰주는 '거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거울이 나의 전부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MBTI가 타인이 만든 기성복이라면, '나 사용 설명서'는 나를 위해 만든 맞춤복과 같습니다. 기성복은 내 몸의 특징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지만, 맞춤복은 나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고려하여 만들어집니다.
이 설명서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며 ‘진짜 나’로서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쉽고 강력한 시작은 3단계, '관찰하기' 입니다. 오늘 하루 동안 당신의 MBTI 유형과 '다른' 행동이나 생각을 했던 아주 사소한 순간을 하나만 찾아보세요. 'P인 내가 설거지를 바로 했네?', 'E인 내가 혼자 카페에서 책 읽는 게 좋았네?' 와 같은 작은 발견 하나가 당신의 세계를 넓히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